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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3-08-10 08:58    조회 2,3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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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편히 죽을 자격도 없어"

아내가 잠깐 채널을 돌리는 사이에 어느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배우가 상대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다가 내려 놓으며 하는 대사에 잠시 멍해졌다.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았다.

9년차에 접어든 루게릭과의 동거

물 한모금 입으로 먹지 못하고 숨조차 쉬지 못해 기계에 의존하며 전혀 마음대로 육신 어디 한곳도 움직일수 없는데, 그래서 남들이 생각하면 금방 죽을 것 같은데 날 직접 보면 절대 당장 죽지 않을것 같단다.  

오랜만에 우리 집을 찾아와 내 얼굴을 보면 하는 첫마디가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보기 좋아 졌단다.

174의 키에 55키로가 넘지 않던 바짝 마른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는 그들에겐 그나마 살이 오른 얼굴이 낯설기도 하겠지..

하지만 겉 보기와 달리 하루 하루가 내게는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다.

그래서 툭하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청승맞게 울고 빨리 죽길 기도하고 심지어는 혀라도 깨물고 죽겠다 맹세한다.

그럼에도 생각만 그렇지 막상 죽으려 어떤 노력없이 오늘도 살고 내일도 여전히 살고 있을것이다.

내 꼴을 보니 드라마 주인공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총 한방 맞고 간단히 쉽고 편히 죽을 자격은 없는 것 같고

죽는 날까지 자책하며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면서 죽지 못해 자신을 들들 볶고ㅗ 안달하며 살겠 될것 같다.

가장 쉬운듯 하면서 가장 어렵고 힘든건 죽음이다.

당장이라도 잠든 사이에 편안하게 죽기를 바라지만 그건 정말 꿈같은 바램이다.

어디까지가 고통의 끝인지 감조차 잡을수 없는  두려움에 오늘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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