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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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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3-04-27 14:48    조회 2,2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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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침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와상 루게릭 환자가 가장 많이 하는 게 상상 속에 빠져 사는게 아닐까.

물론 텔레비전을 보거나 잠을 자는 시간도 있고 육체의 고통으로 한가로이 상상만 하며 지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틈틈이 온갖 상념에 빠져 지내기 일쑤다.

과거의 추억을 하나 하나 끄집어 내어 곱씹으면서 그때 좀 더 열심히 살지 못한것에 후회를 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하며 그리움에 빠져 들기도 한다.

때론 병이 낫아서 무슨 무슨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고 컴퓨터를 통하여 알게 된 많은 분들중 누구 누구를 찾아가 만나봐야지라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생각도 한다.

반대로 죽음에 대한 동경과 내가 죽고나면 처자식은 어떻게 살지 걱정 하고 나를 기억할 사람이나 있을까 쓸데없고 부질없는 생각까지 머리속을 채운다.

거기에다가 움직이지 않는 육체라 도저히 생각 조차 하지 않을것 같지만 이성과의 성생활에 대한 환상까지 한다.

또 누군가에게 서운한게 쌓여 미워하고 말도 안되는 복수를 생각 한다.

아마도 내 머릿속에 드는 이러한 생각들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정신 나간 놈이라고 그 몸을 해 가지고도 그런 생각이 드냐며 어이 없어 할게 틀림없다.

이외에도 시시콜콜한 그리고 엉뚱한 수많은 상상 속에 빠져 살아가지만 그래봐야 몸으로 직접 해 볼수 없기에 모든게 허황된 과대 망상과 다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간혹 사람들이 나를 괜찮은 놈으로 봐 주면 겉으론 태연한체 듣고 있지만 민망하기 짝이 없다.

속으론 정말 힘들어요. 제가 어떤 심정인지 짐작도 못할거예요. 제가 얼마나 나쁜 생각을 하는 놈인지 안다면 충격을 받아서 다시는 상종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결국 추악함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나에게서 모두 등을 돌리리라.

그간 침상 생활을 5년 가까이 하면서 크게 다르지 않는 생각들의 반복이었다.

그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돌아보면 부정적인 그리고 죽음에 대한 동경까지 끊임없이 나쁜 생각을 반복하며 지내고 있었다.

좋은 사람 처럼 보이려고 가식적이고 그럴싸한 말을 했지만 이처럼 형편없는 놈이다.

그래서 천국과 지옥이 정말 있는지 아직까지 확신을 하지 못하지만 정말로 있다면 지옥행으로 결정됐다.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 가는것 만큼 어렵다는 천국에 나같은 인간 쓰레기가 어찌 꿈조차 꾸어 볼수 있을까.

더 많은 죄를 지기 전에 이미 정해진 지옥으로 빨리 가는게 그나마도 죄를 덜 짓고 벌도 덜 받을텐데...

댓글목록

박종필님의 댓글

박종필 작성일

40대 중후반에 시작하여 8년차 누워계신 형님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속 시원히 말이나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 글을 쓰신 분의 아내와 자녀가 이 글을 본다면 얼마나 허무해 할까요?
내 남편이 내 아빠가 이런 생각을 하시는 구나...

전 이렇게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지옥보다는 천국을 선택해 주시고 지금 천국에 가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하나님께
알려달라고 기도 해 주시면 좋겠구요

아세요 똑 같은 밥을 두 그릇에 나누어 담고 한 쪽에는 욕을 해주고 한쪽에는 사랑한다고 하면
부패가 다르다는 거 아시죠

성경말씀에 아빠는 축복할 권한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 머리위에 손을 올리고 축복기도를 해 준답니다.
지금 기회가 되실때 자녀들을 위해 축복기도 해 주시고 사랑한다고 많이 해 주시면 안될까요?

글 쓰신 분의 마음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아파도 마음 건강한 남편을 씩씩한 아빠를 원하지 않을까요?

과부도 떠나 보내고 나면 아파도 방 한구석에 누워있는 웬수같은 남편이 있는 것이 낫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고 주제 넘는 다 하지 마시고 그냥 읽어주세요
사랑합니다 힘 내세요 중랑구 물댄동산

원창연님의 댓글의 댓글

원창연 작성일

형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믿음이 아무리 강하셔도 모든걸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긴 쉽지 않으실거예요.
이 병의 잔인함은 말로 표현을 할수 없지만 생각은 건강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도 항상 바른 생각을 하지 않드시 저희 환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게 지극히 정상이라 생각을 합니다.
제가 이상한 놈일수 있지만 형님께서 항상 바르고 좋은 생각만 하실거라 단정하진 말아 주셨음 합니다.
제가 보호자가 아닌 와상 루게릭 환자와 이야길 해보면 대부분이 빨리 죽고 싶다고들 합니다. 보호자가 들으면 허무하겠지만 현실은 대부분이 이럴겁니다.
ㅁ선생님의 조언 고맙습니다
말씀 처럼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