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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결정 할 필요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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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1-08-24 16:43    조회 2,18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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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5년전에 부산 한방 병원에서 입원해 있을 때 한번 뵈었던 환우 보호자분이 다녀갔다.

그 환우는 3년전에 세상을 떠나셨고 그후에 그 아내분과 가끔씩 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지냈으며 먼 거리로 인해 또 각자의 사정에 의해 보진 못했지만 통화때때마다 언제 한번 보자며 끊곤했다.

그러다가 며칠전에 그분이 큰 맘먹고 대구에서 이곳 천안까지 나를 찾아 우리 집에 오셨다.

5년전에도 잠깐 뵈었던지라 기억은 별로 없으나 그동안 녹녹치 않던 삶이 느껴졌고 한눈에 봐도 그때 보다 많이 말라 보였다.

오시자 마자 누워 있는 내 침대 옆으로 다가와 손을 잡고 이렇게 쉽게 올수 있는데 그동안 왜이리 여유가 없어 못왔는지 미안해 하시며 남편이 돌아가시고 두 자녀와 힘들게 살아가는 이야기,예전에 남편을 간병하던 이야기,등등 많은 말을 들려 주었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루게릭 환자가 어떻게 죽는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말이 나왔다.

남편분의 예를 들어 가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말을 하여 주었다.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환자인 남편은 기도 절개 수술전에 수없이 아내에게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절대로 기도절개술을 하지 말라는 다짐을 받곤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를 도와 주는 것이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며 유언처럼 말을 하였고 완강하게 말을 하는 지라 아내도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나 어느날 환자가 숨이 넘어가고 얼굴 사색이 변하며 몹시 괴로워하며 의식을 잃었고 당황한 아내는 119에 전화를 해서 병원 응급실로 갔고 며칠 입원후에 결국은 기도절개후 퇴원하여 집으로 왔지만 그후 남편은 너무 힘들어 괴로워 하며 아내를 원망하곤 했다.

그러다 몇개월후 남편은 세상을 떠나셨고 그후 너무 힘들어 하던 남편을 생각 할때마다 두눈 딱 감고 병원에 가지 말았어야 하였다며 자신이 잘못을 한것 같단 생각을 하곤한다며 나와 아내에게 정말 수술을 받을 생각이 없다면 눈 딱 감고 병원에 아예 가지 말라고 몇번씩 당부하며 돌아갔다.

 

확진을 받고 투병하는 동안에 수없이 생각을 하는게 기도절개나 위루술을 해야 할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한다.

아마도 초창기나 수술전엔 대부분이 그 상황이 오면 수술을 거부하고 그냥 죽음을 받아 들이겠단 생각을 많이들 한다.

그러나 실상은 대부분은 결국 수술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숨이 넘어가는 환자를 어느 보호자가 그냥 보고만 있을수 있을까?

또 사람 목숨이란게 얼마나 질긴지 말처럼 쉽게 죽어지질 않으니 환자 입장에서도 처음엔 거부하고 죽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기 힘든 고통으로 결국 수술을 받아 들인다.

또 응급한 상태에서 병원에 가면 절대로 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퇴원을 할수 없다고 한다.

대체로 이러한 이유로 수술을 받고 투병을 이어간다.

 

아직까지 나는 수술을 받지 않겠단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버리지 않는 한 위에서 말한 변수로 어떻게 될지 알수 없다.

그러니 섣불리 옳고 그름을 말을 할수 없고 어떻게 하겠다고 장담 할수도 없다.

누구나 생각한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사고 어떤 상황이 닥치면 또 살아지는게 아닐까?

억지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추려 애를 쓸 필요가 없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생각을 하기 보다는 지금 그때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는게 상책이다.

하루에 20시간 가까이 마스크 호흡기를 하고 살지만 아직까지 힘들게라도 말을 하고 고개를 움직여 어렵게라도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으니 뭘 더 바라랴.

그저 이런 오늘이 감사할 뿐이지.

댓글목록

김인준님의 댓글

김인준 작성일

저는 수술을 권합니다.
저의 아빠도 97년 발병 후 2004년 기도절개하시고 2010년 작고하셨지만 그 6년이란 시간이 결코 헛되지 만은 않은것 같습니다.
아빠도 그렇다고 말씀하셨구요..
아빤 마지막 일주일간 말씀하기를 힘들어했지만 기도절개 후에도 대화가 가능해 수술이 나쁜선택만은 아니였다고 했었으니까요...
물론 호흡기, 위루줄로 외출한번이 쉽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많았지만 그로인해 아빠가 저희들 곁에 조금이라도 더 계셨던 것 같아 진작 위루술을 해 주지 못한것이 후회되었고, 다른 호흡보조 장치에 대해 무지했던 제가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더위에 힘내시고, 절망적인 생각은 접어두시고 가족들을 위해 더 힘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