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소중한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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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1-06-20 14:43 조회 2,396회본문
나는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루게릭병이 발병 하고 나서 특히 더 그렇다.
솔직히 발병전에는 그리 인복이 많다고 생각 해 본적이 별로 없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이 한정돼다 보니 주위 사람들을 관심없이 봐와서만 그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땐 꽤나 소심한 성격에다가 주야 교대 근무를 하던 터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기가 쉽지 않아 세상을 보는 눈이 우물안 개구리처럼 좁게만 보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러나 발병후 온라인을 통하여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 만나거나 연락하게 되고 그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거나 의지하게 되면서 참으로 세상은 넓고 여러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 가는구나!라는 마음이 들게 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많은 루게릭병 환우와 그들의 보호자들을 만나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을 이해하고 격려가 되어 주는 시간속에 혼자만이 겪는 아품이 아니라는걸 깨달으며 힘을 낼수 있었고 나를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던 단체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실망 시키기 않기 위해 또한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하여 억지로라도 웃을수 있었고 다른 장애로 고통을 받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또다른 고통속에 살아가는 모습에 세상엔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하여 내 처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남들이 쉽게 믿지 않고 이해를 하지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끔 건강하게 살아온 40년이 조금 넘는 삶보다 건강을 잃고 살아온 6년의 삶이 훨씬 많은 세상을 보았고 정말 열심히 잘 살았다고 가끔은 말을 할수 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가장 가까운 처자식과 부모형제등 주위의 사람들을 너무나 힘들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게 미안하여 그리고 더이상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 염치가 없어서 이쯤에서 죽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때가 있기도 하다.
지나온 시간속에 알고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중 어쩌면 대부분이 내가 다가서는게 부담 스럽거나 싫어하여 거부하고 싶은 분들도 있었겠지만 워낙 둔하고 눈치없는 내가 상처 받을까봐 그냥 참고 받아 준 사람도 많이 있을지 모른다.
또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과 남을 잘 믿는 성격이 아마도 내가 남을 좋아하는것 만큼 남들도 나를 무척 좋아 할거라는 착각속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를 잠시 스쳐가는 인연으로 생각을 하던 사람도 있을것이고 그래서 지금은 나란 존재를 완전 잊었거나 전혀 기억하지도 못 할수도 있을 것이다.
또 나와의 인연을 달가와 하지 않거나 나쁜 기억만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 많은 인연이 한없이 고맙고 소중하며 받기만 하여 송구스러웠지만 그때마다 덕분에 행복했고 감사하다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때를 놓친 것 같아 그게 후회가 된다.
또 한편으로 상종못 할 인간이 아닌 잠시나마라도 좋은 인연으로 기억 되기를 염치없이 바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것들을 도저히 갚을수 없겠지만 감사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관심과 애정을 항상 마음에새기며 오늘도 그때의 추억을 더듬으며 행복해 하고 있다.
며칠 전 잘 알던 환우분이 오랜 투병끝에 세상을 떠났고 생전에 쓰시던 용품 몇가지가 내게 왔다.
이렇게 죽은 후에도 한번 맺어진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사후 세계를 아직까지 믿지 않아 현실 세계만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의 인연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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