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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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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언 작성일 10-03-13 08:56    조회 1,7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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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흔 적

2010. 3월 초 부산에 한겨울에도 보기 힘든 귀한 손님들이 하늘에서 내린다.
상당히 많은 눈이 내려 나무마다 하얀 눈 꽃송이를 만들고 출근길을 힘들게 하지만 12층 아파트 커다란 베란다 창에 걸린 부산 1번지 서면도시화는 한 폭의 아름다운 백설의 새 천지로 변한다.

생동감 넘치는 도시화를 보여주는 이곳 아파트로 이사 온지도 벌서 8개월이 지난 간다. 시간이란 놈은 눈치도 없이 참으로 빠르다.
평생 주택만을 고집하며 공기 맑은 산동네에서 살아왔는데 몸이 불편해지니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동생소유의 계단과 턱이 없는 아파트로 공기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이사 직전 오랫동안 정이 들고 함께했든 소지품들이며 입고 벗기 불편한 옷가지들 평소에 아끼고 손때 묻은 책 과 집안수리 공구들을 정리하여 버리려는 아내와 한동안 실랑이를 벌린다.
몸 마음이 약해지니 심기가 불편해져 아내를 미워하고 원망스런 마음으로 눈을 돌린다. 가슴이 찡하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이성이 살아 숨 쉬고 있는데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정든 물건들과 이별하기에는 아직은 아쉽고 섭섭하다.

몸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과 회한의 눈물이 났지만 저항할 용기며 힘도 없다.
결국 언젠가는 불에 태워 없어질 것들 추억어린 것들, 정이 들고 손때 묻은 것들을 조금 일찍 대부분 정리하여 버려진다.
그리고 점차 나의 존재의 무게 삶의 흔적들이 풍선 바람 빠지듯 사라지고 무소유 선방의 수행승 모습으로 닮아간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올 때 어쩌면 무소유 구도자처럼 살아가라했는데 집착과 탐욕과 물욕에 눈이 어두워 깨닫지 못하니 하늘이 강제로 무소유 수도자의 길을 가도록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닐까?
이것들은 본래가 없었든 것들 ...  혼자 짓고 부수고 ...  <2010.3 용화 이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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