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S 관련소식

줄기세포의 꿈은 계속된다 (한겨레21 2006-01-10)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 07-08-01 15:03    조회 12,956회

본문

[한겨레] 황우석 사태와 상관없이 묵묵히 재생의학의 희망을 심는 국내외 학자들
스코틀랜드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 국내의 성체 줄기세포 치료제 시험 등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그것은 한여름 밤의 꿈이었을까. 지난해 10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르면 올해 배아 줄기세포 임상실험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 ‘줄기세포 10대 육성전략’ 보고서를 펴냈다. 내로라하는 줄기세포 연구가들이 참여해 작성한 내용이었다. 자칫 줄기세포의 가능성만 믿고 임상실험에 참여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설 수도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세포 치료제가 나올 시기는 적어도 2015년 무렵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줄기세포의 응용 가능성이 과장됐다는 말에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가까스로 황무지에서 희망을 품었던 난치병 환자들로선 멀고 먼 치료의 여정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아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황우석 교수가 <사이언스>에 발표한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져 끝없이 추락하고 있을 때 새로운 가능성이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16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는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질병을 극복할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에든버러대학 재생의학센터가 출범했다. 이 센터는 스코틀랜드 경제개발진흥공사 등 정부기관에서 2년 동안 5천만파운드(900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에든버러대학 의대학장 존 사빌 교수는 “국가보건서비스(NHS) 파트너와 협력해 신경계와 간, 다른 주요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소모성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언 윌머트, 난치병에 도전하다

놀랍게도 이 센터의 소장은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 박사다. 윌머트 박사는 지난해 초 황 교수팀에 루게릭병 치료제 공동개발을 제안해 양해각서 체결을 앞두고 있었다. 윌머트 박사 쪽은 환자의 체세포에서 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해 루게릭병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했다. 이제 윌머트 박사와 황 교수팀의 공동연구는 물거품이 됐지만 로슬린연구소에서 추진한 연구를 임상에 적용할 기회를 얻었다. 윌머트 박사는 소장에 취임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줄기세포 연구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난치병으로 여기는 질병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삼아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이 눈앞의 일은 아니다. 물론 영국의 바이오 산업의 임상연구 환경이 세계적 수준임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게다가 뉴캐슬대학의 엘리슨 머독 교수팀은 지난해 5월 체세포 복제 배아를 배반포 단계까지 키우는 데 성공해 자국의 인간 배아 줄기세포주를 이용해 연구를 지속할 수도 있다. 런던 킹스컬리지 크리스토퍼 에드워드 쇼 교수(신경유전학)는 “루게릭병 치료에 배아 줄기세포 치료제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는 다양한 질병의 메커니즘과 치료법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신약 후보물질 검색 과정에서 치료효과나 독성 등을 파악하는 데 줄기세포가 기여할 것이다.”

이렇듯 황 교수팀이 와해되는 동안 국제적인 연구그룹은 독자적으로 재생의학의 길을 열어가고 있지만 배아 줄기세포의 무한한 가능성만으로 치료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선 원재료 구실을 하는 맞춤형 줄기세포주가 지구촌 어디에도 없는 형편이다. 설령 줄기세포주가 확립되더라도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확립이나 배양기술은 앞서 있지만 특정 조직으로 분화시키는 기술은 선진국의 1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배아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려면 국내외에서 수만 건의 재생의학 관련 논문이 쏟아져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기반 연구 강화해야

지금으로선 불임 시술에 사용하고 남은 냉동 배아로 관련 연구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이것마저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냉동 배아에서 심근세포를 분화시켜 쥐의 파킨슨병 치료에 적용한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여전히 배아 줄기세포의 가능성을 믿지만 치료제 개발을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줄기세포의 대사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지지세포를 쥐의 것 대신 사람의 체세포를 사용해 마구잡이 분화를 막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종양을 만들게 된다. 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을 확립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실 국내의 줄기세포 연구는 환자를 볼모로 삼은 권력놀음에 가까웠다. 과학기술부 프런티어연구개발 사업의 하나로 2002년에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이 만들어졌다. 해마다 100억원씩 10년을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이 사업단의 단장을 맡은 서울대 문신용 교수가 황 교수팀의 ‘얼굴 마담’ 구실을 하면서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황 교수팀의 하부조직이라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였다. 한 생명공학 관련 연구자는 “황 교수팀이 뭉칫돈을 챙기면서 연구와 개발을 동시에 떠맡아 바이오산업이 튼실히 뿌리내릴 기회를 놓쳤다. 이제라도 생명공학 연구원을 중심으로 기반 연구를 강화하면서 산학 연계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과대 포장되면서 ‘열려라 참깨’식의 주문으로 통했다.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분화와 세포치료 응용기술이 실용화되면 국내에서만 연간 6천억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고, 40억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식의 예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황 교수가 앞으로 10년을 먹여살려줄 것으로 기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기대를 미루거나 접을 수밖에 없는 지금,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난자 수급부터 난관에 부닥칠 게 틀림없다. 더구나 생명공학의 ‘이슈 생산’이 국제적 웃음거리로 전락한 상황을 만회하려면 줄기세포 연구의 다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체 줄기세포의 연구 성과를 주목할 만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12월19일 세원셀론텍(회장 장정호)의 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세원셀론텍은 국내 생명공학 의약품 1호로 인정받은 무릎연골 세포 치료제 ‘콘드론’으로 세계 시장을 꾀하는 기업이다. 이번에 임상실험을 승인받은 ‘오스템’은 환자의 골수를 5ml 채취해 줄기세포를 포함한 골 형성세포 1만여 개를 분리한 뒤, 5천만 개에서 1억 개의 조골세포로 증식 배양해 분화를 유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뼈세포 치료제 오스템을 뼈 결손 부위에 주입하면 생체 내에서 뼈를 재생시키게 된다. 이미 분화가 결정된 세포라서 악성 물질로 발전할 위험도 없다.

국내 임상실험 인프라 절대 부족

현재 국내에서 진행하는 성체 줄기세포 치료제 전임상시험은 1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전임상시험에서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난치병 등의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임상실험 관련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세원셀론텍은 오스템을 개발하고도 임상시험 승인을 기다리며 3년이나 보내야 했다. 자칫 원천기술을 확보하고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아무리 자기 유래 뼈세포 치료제가 제대혈이나 골수 등에 있는 중간엽줄기세포를 증식해 뼈세포로 분화시키는 것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이어도 관련 인프라가 부실하면 상업적인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렇듯 성체 줄기세포는 의학적으로 안전한 치료제로 꼽힌다. 인체에 이식해도 주변 조직의 특성에 맞춰 분화하는 조직특이적 분화 능력까지 인정받는다. 예컨대 골수로 들어가 혈액을 만들고, 뼈로 간 세포는 뼈를, 신경으로 간 세포는 신경조직으로 분화하는 식이다. 문제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지에 달려 있다. 얼마 전 영국 브리스톨대학 사우스미드병원의 앤서니 홀랜더 박사팀이 골관절염 환자에게서 채취한 골수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연골로 만들었지만 시장에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젠자임사의 카티셀이나 세원셀론텍의 콘드론처럼 연골세포를 분리해 증식시키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성체 줄기세포는 갈수록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심지어 당뇨병 치료에도 성체 줄기세포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이문규 교수팀은 미국 하버드의대 조슬린 당뇨병연구소와 공동으로 쥐와 사람의 췌장에서 췌관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데 성공한 뒤, 인슐린을 분비할 수 있는 베타세포로 분화를 촉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는 췌관세포를 췌도로 분화시켜 췌장소도 이식원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만 되면 또 다른 가능성을 위해 무균 미니돼지를 이용한 이종장기 이식 같은 윤리적 문제가 따르는 치료법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

만일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정형민 교수처럼 만능 분화 가능성이 있는 성체 줄기세포를 찾아낼 수도 있다. 냉동 배아 줄기세포주를 확립해 신경세포와 뼈, 치아, 혈액으로 분화를 유도하던 정 교수가 10주가량 자란 태아의 조직에서 발견한 '맵시'는 배아 줄기세포의 장점을 지녔으면서도 분화를 조절하는 게 쉽다. 맵시에서 분화시킨 췌장세포를 개에 적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미 누드 마우스 실험에서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당장 사람에 적용할 세포 치료제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놀라운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맵시를 이용해 당뇨병을 치료하려는 정 교수는 “우리가 모르는 만능세포가 인체에 있다”고 믿고 있다.

맞춤형 세포 치료제는 신기루였나

어쩌면 체세포 핵이식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세포 치료제는 지금으로선 넘볼 수 없는 ‘신기루’였는지도 모른다. 모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유니버설 줄기세포’를 찾아내 유전자 재조합으로 맞춤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희망사항인 것처럼. 하지만 난치병 환자들이 황 교수팀에 걸었던 기대를 거두기엔 이르다. 황 교수팀의 불확실한 원천기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묵묵하게 줄기세포에 꿈을 새긴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리나지 않게 재생의학의 토대를 쌓으며 한 걸음씩 내딛는 국외 연구자들도 수두룩하다. 다만 복제 전문가가 전하는 줄기세포의 미망(迷妄)에 홀려 다른 것들을 거들떠볼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

 



“국책연구소는 무엇을 하고 있나”


[인터뷰_세원셀론텍 장정호 회장]

세포치료제 세계 시장 진입이 진출 꾀해, 의료보험 확대해야 시장 형성

황우석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바이오주’가 끝없이 추락하던 지난해 12월20일쯤 세원셀론텍의 주가는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오스템’의 임상시험 승인으로 저 멀리에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한줄기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보인 때문이었으리라. 이즈음 정형외과 의사로 10여 년 동안 치료 효과가 있는 ‘세포 배양물’ 개발에 사활을 걸었던 세원셀론텍 장정호 회장은 마냥 웃을 수만 없었다. 줄기세포 강국의 위상을 다져나갈 현실적 난관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을 만나 세포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얼마 전 바이오벤처인 셀론텍이 중견기업에 인수되면서 회장으로 변신했는데.


= 일반적으로 바이오산업은 실험실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깊숙이 들어가면 기계와 화학 등을 만날 수밖에 없다. 연골세포 치료제 ‘콘드론’으로 세계 시장 진입을 타진하면서 셀론텍의 연구 개발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원이앤시가 보유한 엔지니어링 사업의 도움을 받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회사를 합쳤다. 앞으로 예상 밖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생명공학과 기계설비가 만난다는 게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 이미 연골세포 치료제 콘드론은 국내에서만 1천여 명의 관절염 환자가 성공적으로 시술을 받았고, 임상 승인을 받은 자기 유래 뼈세포치료제 오스템은 성체 줄기세포로 뼈 생성공장을 만들어내는 치료제로 제품화되면 연간 5조원에 이르는 골재생 관련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본다. 문제는 어떻게 세계 시장에 진입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우리는 시설과 장비, 공장 시스템, 마케팅 등을 모두 제휴 병원에 인계하려고 한다. 생명공학 벤처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었던 일이다.

세포 치료제를 일반 의약품처럼 수출할 수 없기에 선택한 방식인가.


= 자기유래 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공정은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병원 설비로 구축돼야 한다. 연골이나 골수 등에서 채취한 조직을 분리·증식·분화하는 데 4주가 소요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든 맞춤형 세포 치료제의 유효기간은 3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라면 지방에서 서울로 조직을 넘기고 치료제를 담은 작은 유리병(바이알)을 이송할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해외에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콘드론이 2001년부터 시판됐지만 시술 건수가 많지 않은데.


= 세포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있다. 콘드론만 해도 한 번 시술을 받는 비용이 650만원이다. 고부가가치 업종인 셈인데 환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 의료보험을 적용받으면 환자는 20%의 치료비만 내면 되는데 처음 시판될 때 45살 이하만 의료보험 적용을 받도록 했다가 지난해부터 50살까지 적용하고 있다. 결손된 뼈를 재생하는 오스템은 나이에 관계없이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재생의학의 혜택을 누리는 게 맞다고 본다.

요즘 세포 치료제라는 이름으로 선전하는 ‘의약품’이 많이 있는데.


= 사실 세포 치료제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게 셀론텍일 것이다. 정확히는 세포 배양물인 셈인데, 1998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를 만나 세포 치료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 결과 2001년 2월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는데 제대혈로 대머리나 간암, 척수마비 등을 치료한다는 식의 발언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무분별한 과대광고다. 일단 연구자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줄기세포 관련 바이오 산업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국내에서 대학이 산업을 이끈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바이오 분야만큼은 대학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가펀드도 대학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 바이오산업도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상용화를 주도하면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다양한 원재료가 치료 효과를 내세워 경쟁할 수 있도록 배아와 성체 구분 없이 연구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 기사제공 ]  한겨레2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