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게시판

너무 답답해서...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어서 몇 줄 적어 봅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윤상임 작성일 15-02-11 04:45    조회 2,161회

본문

너무 답답해서...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어서 몇 줄 적어 봅니다.

제 아내는 루게릭병 환자입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내가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후로 저와 제 아내는 한 동안 눈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서 제 마음은 많이 단단해진 것 같은데, 아내는 지금도 누가 위로의 말이라도 하면 눈물을 빗물처럼 흘립니다.

아내는 혼자서 식사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갑니다. 발음이 어눌해져서 남편인 저도 제 아내의 말을 잘 못 알아듣습니다. 우리 부부는 자녀도 없이 식구라고는 단 둘 뿐입니다. 전에는 아이가 없는 것이 서운하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둘이서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병에 걸리고 보니, 저 말고는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작년부터는 제가 출근한 후에도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도와줄 수 있도록 간병인이 입주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개월 동안 간병인이 11번 바뀔 정도로 간병인들은 아내의 간병을 힘들어 합니다. 무엇보다도 아내와 소통을 잘 못하는 점 때문에 힘들어 하고, 화장실 좌변기에 앉히고 일으키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합니다. 간병인이 자주 바뀌다 보니, 저는 새로운 간병인이 들어 올 때마다 간병인에게 아내를 부축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느라 직장 일은 대충하게 되고, 간병인들은 일을 어느 정도 배우게 될 때쯤이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간병인이 그만 두지 않게 하려는 마음에 제 아내에게 간병인에게 잘하라고 주의를 자주 주고 혼내기도 합니다.

어제는 아내가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서 침대에 설치된 벨을 눌렀습니다. 저는 간병인이 깨서 올까봐 제가 먼저 아내를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앉혀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소변을 보는 동안 이런 식으로 하면 또 간병인이 그만 둔다고 할거야. 아침까지 소변을 참을 수는 없었느냐? 이럴거면 기저귀를 차고 자야지, 왜 기저귀는 안차려고 하느냐?’면서 아내를 혼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두 시간은 화장실에 앉아서 혼나고, 울고... 하는 시간이 흘렀을 겁니다. 오늘 아내는 저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하루 종일 눈물만 흘렸습니다. 이러다가 아내에게 우울증이 생길까봐 무서워졌습니다. 저는 이런 제 자신이 한심하고 미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마음을 풀어주느라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하고, 맛있는 것도 사오고 달래고 해서 겨우 진정시켰습니다.

오늘밤 간병인이 아내를 화장실에서 데리고 가고, 약 먹이고, 침대에 눕히면서 줄곧 한숨만 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아내가 자리에 누운 후, 간병인이 거실에 나와서 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이 말은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말입니다. 간병인들이 그만 두겠다는 말을 하기 직전에 하는 말이거든요. 이제 저는 또 간병인을 구해야 합니다. 지난달에 들어 왔던 간병인들 두 명도 모두 첫 날 힘들다고 그만 두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간병인을 구하느라 첫 번째 간병인은 일주일 더 있다가 나갔고, 두 번째 간병인은 열흘 더 있다가 나갔습니다. 오늘 그만 두겠다고 한 간병인도 첫 날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설득해서 한 달 더 있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 한 달 내내 간병인에게 아내를 일으키는 방법, 침대에 눕히는 방법, 목욕시키는 방법, 아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 소통하는 방법 등을 가르쳤습니다. 간병인은 아직 이것들에 다 익숙해지지도 않았는데 그만 두겠다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출근을 해야 돈을 벌고, 간병할 비용도 생기는데... 가족이 한 명만 더 있었으면 이런 답답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을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인 장모님은 돌아가셨고, 제 부모님은 심장병과 대상포진 환자(아버지)와 척추 수술로 인해 10분도 서 있을 수 없는 환자(어머니)라서 도와주실 수도 없습니다. 혹시 가족 중에 루게릭병 환자가 있어서 돌본 적이 있는 분이 계시면 간병하러 와 주실 수 없나요? 비용도 충분히 드리고 대우도 잘 해 드리겠습니다. (전화 010-9474-8320)

사실 간병인 구하려고 글을 쓴 게 아닌데,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간병인협회 몇 군데에 연락해 두었으니, 시간 지나면 연락은 오겠지요. 하지만 저도 이제는 간병인에게 또 일 가르치고, 간병인은 일이 익숙해지기 전에 그만 두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아내는 그 기간 동안 부축을 잘 못받으니 힘들어 하고, 울고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에 솔직히 지칩니다. 다른 분들도 저처럼 이런 과정을 겪고 계시겠지요. 저 혼자 힘든 것처럼 넋두리해서 죄송합니다.

댓글목록

최강열님의 댓글

최강열 작성일

참!  그렇군요"
힘내세요...
저는 아버님을 5년 모셨습니다.
참! 힘들었습 니다.
근데  돌리켜 보면 ...
아버님과 함께 한 5 년이 이세상에 태여나서
제일 귀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던것 같습니다,ㅎ
어두운 터널을 아내와 함께 동행 해준다고 마음를 가지세요,,,
힘들겠지만,,,
인생에 제일 보람된 일 이 될것입니다.ㅎ

명진숙님의 댓글

명진숙 작성일

동감입니다.지금 아내와 저랑 똑같은 상황이라서 정말 그심정 이해합니다.
다른방법이 없더군요,경제활동과 간병,둘다 해야 하는 일이 무척이나 버겹고 힘들지만 방법이나 대안 없더군요.장애1등급,요양등급 1등급이라 장애 활동도우미가 하루 8시간지원하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그런현상들이 나타나는군요.
힘들지만 방법이 없어서 참고 지내 봅니다.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할지 ~~~

진성열님의 댓글

진성열 작성일

저도 아버지와 같이 루게릭병 환자인 어머니를 집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병과 환자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힘들었고, 간병인분 문제 등 여러가지도 있었기 때문에 윤상임님이 이해가가 가면서 안타까움도 느껴집니다.
 특히 도움없이 혼자서 돌보는 것 정말 힘들죠. 환자가 하는생각들, 느끼는 답답함의 표현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도 엄청 힘들구요. 
 그래도 돌보면서 환자가 기뻐하고, 서로를 이해게되었을때 느끼는 보람도 있더라구요.
 힘내시구요! 힘든 과정속에 아내분과 더 잘 이해하고, 익숙해지시길 바랍니다. 좋은 간병인분도 구하셨으면 합니다.

홍대식님의 댓글

홍대식 작성일

장애등급을 받으셨으면 동사무소에서 장애인활동보조를 신청해서 간병인을 돕게하고 글자판을 이용해서 소통을 돕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윤배식님의 댓글

윤배식 작성일

글을 보면서 대단하시다라는 마음이 많이 듭니다
우리 아버지는 이제 판정받고 6개월되가십니다 판정받으시기전부터 악화가 심하게 와서
지금 작년에비해 엄청 심해지셔서 보는 아들인 나로서는 아무것도 해드릴수없어서 죄송하고
또 죄송하고 맘이 아픕니다 더군다나 나도 인천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어머니와 아버지 두분만
살고 계십니다 어머니도 몸이 많이 불편하시고 몸상태가 안좋으신분인데 두분이서 살게두는것
같아서 죄스러운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모든분들 힘내세요 힘들지만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라
생각하고 견뎌내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들 축복합니다 건강하세요
글을 쓰면서 목이 메이네요!! ^^:;; 덕분에 알아가는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도신님의 댓글

신도신 작성일

글 감사합니다. 저도 전에 엄마를 간병할때 다른 분들께 부탁하는게 잘 안되서 다포기하고 제가 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 경험으로 일본에서 als의 가족간병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 글을 인용해도 될까요?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도우미분들이 금방 그만 두신다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논문이라도 써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도 방법이 될수 있을까 싶어서요. 미약하지만 노력중이예요. 글쓴이 이름은 저희 엄마 이름이고요 저는 안효숙입니다.

윤상임님의 댓글

윤상임 작성일

제 아내가 2017년 12월 12일 저를 두고 하늘로 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으니 아내에게 잘 된 일이라고 아무리 생각을 하려고 해도,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미안함에 마음이 무겁고, 아내에게 잘 대해주지 못한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서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납니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데, 보고싶은 마음이 매일 커지고만 있어서 혼자 남아 있는 것에 적응이 잘 안됩니다. 루게릭 환우 여러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부디 힘내시고 병에 굴복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실, 아내가 하늘로 간 후 위의 글을 지우려고 했는데, 코멘트가 달린 글은 지울 수가 없다는 메시지가 뜨네요. 그래서 차라리 그동안의 심경을 글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