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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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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1-11-02 09:53    조회 2,3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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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하고 나서 그동안 늘 생각을 해온 것이 구차하게 살려고 하지 말고 때가 되면 기꺼이 죽음을 받아 들이자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부쩍 힘들어진 지금은 그게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음을 깊숙이 깨닫고있다.

나는 참을성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살이 심한 편도 아니지만 가끔 정말 힘들어 할때가 있다.

요즘 심하게 어지러워 정신을 차릴 겨를 조차 없거나 가래로 인해 호흡을 하기 어려워 숨이 찰때는 아무 생각도 할수 없고 그저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 해결해 주기를 바랄뿐이다.

그래서 이젠 환자나 보호자들이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이리저리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위루술이나 기도 절개를 받아 들일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 하게 된다.

급박한 상황에선 평소에 갖던 신념과 결심도 다 소용이 없었다.

너무 힘이 들땐 평소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겠다던 생각은 온데 간데 없고 살기 위하여 빠르게 진정되기 만을 바라게 된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게 싫다고 또 이렇게 살아 무엇 하냐고 생각을 하다가도 숨쉬기가 버거워 지기라도 하면 언제 그랬냔 듯이 살려 달라고 악을 쓴다.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걸 뻔히 알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이렇게 힘이 들땐 그러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히 희생을 하는게 가족들이 해야 할 도리라 생각을 한다.

예전엔 나만 생각을 하는 얌체가 아니지만 지금은 점점 나만 위해 주기를 바라는 이기주의 자가 되어 가고 있다.

사람이 한계에 다다르면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막상 닥치면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그나마 어느 정도는 몸이 편해야 드는 생각이다.

그러니 매사에 함부로 자신있게 말할게 못된다.

모든건 가봐야 알게 된단걸 이제사 조금씩 깨닫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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