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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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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1-07-27 17:46    조회 2,2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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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어울림 캠프에 참가를 한다는게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혼자서는 전혀 움직일수 없는 몸뚱아리와 그에 따른 엉덩이와 허벅지 그리고 등등 온몸의 통증으로 인해 수시로 몸을 돌려서 체위 변경을 해 줘야 하고 숨을 편히 쉬는 것마저 힘이 들어 호흡이 쉽지 않고 말을 하는것 마저 힘에 부치는 데다가 계속되는 어지럼증으로 앉아서 있기도 힘이 들고 무엇보다도 용변 처리가 어려워 수도 없이 망설일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다가 나의 상태를 가장 잘 알아 굳이 말을 안해도 알아서 조치를 취해주는 아내와 각기 다른 방에서 묵게 되어 불안한데다 호흡기를 착용하고 지내는 데다가 최근에 침상을 떠나 생활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이 처음으로 시도하는지라 그만큼 두려움도 클수 밖에 없었다.

많은 장애인들이 저마다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이렇게 많은 장애 종합 선물 세트를 갖추고 있는 나에게는 어느 하나 결코 간단한 문제가 없어 보였다.

솔직히 집에서도 침상마저 벗어나지 못하고 늘 누워만 있으니 죽음을 앞두고 있는 말기 환자에 가까운 처지를 생각을 하면 이것은 누가 보아도 무모 할수 밖에 없었다.

한빛 실무자들이 아무리 신경을 써 준다고 해도 이 모든걸 충족 시켜 해결해 주기엔 분명하게 한계가 있을 거란 우려로 참가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갈등이 있었다.

아무튼 많은 심경 변화를 반복하며 갈등을 하다가 몇몇분의 권유에 마지못해 가는것 처럼 비싸게 굴다가 못이기는 척 승낙을 하였고 후회를 하게 되더라도 이왕이면 다녀와서 하기로 맘먹고 일단 부딪혀 보기로 마음을 굳히고 참가했다.

 

 

7월21일 드디어 출발 당일.

아침 9시까지 내려 오라는 말에 아내와 활보 선생님이 준비를 서둘렀지만 처음으로 호흡기를 착용하고 외출을 하는 지라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늦었고 이렇게 처음부터 쉽지 않자 지금이라도 포기하는게 현명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맘을 다잡으며 우여곡절 끝에 힘겹게 차량에 탑승하였고 집결지인 나사랏대에 도착했다.

잠시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에 많은 분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반갑게 인사를 건냈지만 불편한 자세때문에 힘이 들어 인상을 찌푸리고 앉아서 인사를 하여 상대방들은 기분이 상하고 몹시 얹잖았을듯하다.

곧이어 모든 출발 준비가 끝나고 목적지인 태안 청포대 해수욕장으로 향하면서 나에게는 다소 고된 2박 3일의 여행이 시작됐다.

가는동안 불편한 자리가 힘이 들어 도착하자 마자 배정된 방으로 가서 드러 누웠다.

캠프 기간 내내 방 한 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잡고 누워있다보니 함께 했던 분들이 무척 불편하였겠지만 모른척 할수밖에 없었다.

예정된 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방안에만 누워 있는 모습이 저럴거면 왜 와서 민폐를 끼치냐는것처럼 보는것 같아서 눈치없이 온것 같아 후회가 되기도 했다.

거기에다 식사는 물론이고 용변을 보는 것까지 방안에 누워서 해결하여 민망했다.

하지만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곁에서 항상 보살펴 주던 자원 봉사자로 참석한 돌봄 센터의 최팀장님과 무료할까봐 수시로 찾아와서 많은 이야기를 해 주던 최근에 알게 된 미국인 친구 한나와 돌봄 센터의 정대표님 그리고 한빛 실무자들과 봉사자들의 배려로 떠나기전에 생각했던 우려 보단 훨씬 편하게 보냈다.

 

 

지금 다녀와서 생각해보면  꽤나 무모하였고 너무 힘이들었고 많은 이들에게 폐를 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캠프에서 많은것을 얻었고 소중한 경험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났다.

특히 이번 캠프에 함께 하면서 사람들과 좀더 친해졌고 개중에는 친근감 있게 나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어 좀더 편해 진것 같다.

그동안 한빛회 속에서도 적응이 안되는게 두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과연 내가 한빛회원으로서 자격이 있는가 였고 또 하나는 간혹 사람들이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게 항상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이번의 캠프를 통해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 졌다.

이참에 나도 때론 사적인 자리에서라도 형님 동생 오빠로 불리고 지내는 친근한 회원이 되고싶다.

우선 언제 박광순 대표님을 사적으로 만나면 광순이 형 이라고 불러 볼까 생각중인데 그럼 기분이 나빠서 화를 내실까?

 

사람들이 생각을 하기엔 다 도와 주었고 누워서만 지내다 온 놈이 뭐가 힘들고 무슨 유난을 떠냐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어서 감히 위대한 도전이었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러나 만약에 다시 가겠냐고 제안한다면 이번에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너무 힘이들어서 정중히 거절할것이다.

끝으로 이번 여행을 통하여 많은 애를 써주신 한빛 실무자는 물론 알게모르게 지원을 해준 단체나 개인에게 감사를 드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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