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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 병원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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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1-03-31 17:08    조회 2,69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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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던 환우분이 기도절개술 후 요양 병원에 입원 하였단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겸해 다녀왔다.

갑자기 호흡곤란이 와서 병원 응급실에 가게 됐고 열흘후에 기도 절개를 한후 몆일 있다가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5년 전쯤에 처음 만났을때 그분은 손이 부자연스러웠지만 걷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업었고 반대로 나는 다리가 힘이 없어 목발을 집고 몇발씩 걸어 다녔을 정도였지만 팔은 멀정했다.

그후 같은 천안에 사는지라 가끔 서로 왕래를 하였고  전화 통화도 자주 하면서 안부를 묻곤했다.

그분은 보편적으로 나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다른 환우 들에 비하면 훨씬 진행이 늦는 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입원 전까지도 옆에서 잡고 부추기면 걸어서 화장실을 다녔고 포크로 혼자 식사를 했으며 약간 어눌하긴 했어도 말도 곧 잘했다.

그러던 분이 한순간에 그렇게 망가진 모습을 보니 믿겨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가본 요양병원에서 기도절개 환자라 중환자실에 있는데 요양병원 중환자실은 일반 병원가 달리 어느때나 면회가 가능 했다.

5.6명의 환자를 두명의 중국 교포 요양보호사들이 간병을 하는데 모든 환자를 똑같이 생각하며 일률적으로 보고 있었다.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은 의식이 없는지 계속 잠만 자는데 비해 루게릭 환자는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여기 저기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 두눈을 뜨고 간병인이 자주 봐주길 바라며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거기에다 다른 중환자들 때문에 그 흔한 텔레비전도 없다 보니 더 괴로운것 같았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씩 같은 시간에 모든 환자의 기저귀를 대충 갈아주고 요구를 하면 썩션을 해 주지만 말을 하지 못하니 정작 환자가 필요로 할때는 손을 놓는 경우가 많다고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한번씩 보호자가 방문하여 다시 한번씩 용변을 본자리를 닦아주고 수시로 주물러 주거나 체위변경을 해줘야 한다고했다.

그리고 다른 환자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요구 사항이 많다 보니 간병인들이 때론 무시하고 신경질 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병원에 항의를 하면 호흡기를 착용한 루게릭 환자는 요양 병원에서 간병하는게 어려움이 많다며 노골적으로 병원을 옮기던지 퇴원 하라고 강요한다고했다.

말을하고 있는 나도 보호자에게 불편 한곳을 말하여 해결지만 그래도  정확히 가려운곳을 긁어 주기 쉽지 않고 체위변경시에도 뭔가 부족 하다는 생각이든다.

그러니 말을 못하는 환자를 그것도 공동 간병인이 본다는것이 환자 에게는 고통이며 맞지 않아 보였고 차마 죽지 못해 모든걸 감내하고 참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때 요양병원 가겠다고 말했던 내자신이 얼마나  생각이 없었는지 알았다.

직접 본 지금 심정으론 요양병원 갈바엔 차라리 죽는게 낳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환자들은 가끔 가족 들에게 너무 미안하여 나중에는 차라리 요양병원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몇번씩이나 한적이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여러 여건상 환자를 요양병원에 모시는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수없이 고민 했을것이다.

그러다 다른 방법이 없어 요양병원에 가야하는 결정을 내린 상황이 되면 그들의 처한 상황에서 할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잘안다.

그러니 요양영원에 가는것이 잘못이란게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결정이 환자 입장에선 거부할 권리가 없는거나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환자가 병원에 입원 하기를 거부한다해도 가족이 그렇게 결정하면 따를수 밖에없다.

 

루게릭 환자를 위한 요양소 건립을 위하여 여기 저기서 애를 쓰고 있는것을 안다.

그러나 요양소가 건립 되어 진다고해도 모든게 해결 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환자 입장에선 위에 처럼 잘알지 못하던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많은 문제점들이 생겨 더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요양소는 루게릭 환자를 위한것이 아니고 가족들에게 짐을 더는 방법에 지나지 않을수 있다.

예전에 어느 장애 단체에서 장애인의 행복한 삶에 대한 강의를 들은적이 있다.

강의 내용중 현재 지적 장애인들이 시설에  맡겨져 생활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어릴적 동네에 한두명씩 있던 지적장애인들이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이 꼭 불행하다고만 할수 없다고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유롭게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름 적응하고 어울리며 동네 사람들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설에 갇혀 격리되어  통제하에 생활하는 것이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더 불행한건지 모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비장애인들에게는 좋은일 일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인 장애인은 오히려 더큰 불행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언젠가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유명 연예인이 인터뷰에서 루게릭요양소가 지어지면 한사람이 여러명의 환자를 돌볼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간병해서 벗어나 좀더 여유롭게 살거라했다.

그렇지만 그또한 결국은 루게릭환자들의 특성을 정확히 알지못한채 막연히 환자들을 위한것이라고 하였지만 그보단 보호자들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루게릭환자를 주인공으로한 영화 내사랑내곁에서 병원에서 투병을 하다 죽게되는데 루게릭 환자의 투병과 보호자들의 간병 현실과 동 떨어져 보였다.

 

대부분 죽는날까지 모든 감각이 살아 있고 정신이 멀쩡한 루게릭 환자들도  마음까지 갇혀지는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요양병원이 빨리 지어지는것도 급하겠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여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점들을 간과 하여 나중에 후회하는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보호자들이 집에서 모시는걸 쉽게 포기하고 병원으로 모시려고 하지않을까 우려도 된다.

그렇다고 요양병원이 생기는 것을 반대한다는 예기가 절대 아니다.

다만 집에서 투병하는 것처럼 편하진 않더라도 최대한 환자가 편안하도록 많은 고민이 있은 후에 세워져야 한다고 본다.

 

끝으로 요양병원이 생긴다해도 루게릭병 특성상 지금처럼 집에서 투병과 간병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것이다.

그러니 요양병원에 못지앉게 집에서 투병과 간병 좀더 수월 하도록 하는것도 신경을 써서 추진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 방법중 하나로 지금 시행하고 있는  활동보조나 요양보호 시간이 우리의 실정을 감안 하여 좀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현재 요양병원 입원비가 한달에 120에서130만원 가량이라고 하니 결코 적은 금액도 아니다.

차라리 그돈의 일정 부분을 본인이 더부담 하더라도 그런 시간이 늘어난다면 환자나 보호자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 아닐까

물론 집에서 모시면 훨씬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가족의 고생이 크겠지만 그래도 집에서 투병 하는것이 최상의 방법인것 같다.

 

가끔씩 환자 아들들이 군에 입대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있다.

이때마다 막막해 하는 환자나 가족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간병이 절대로 필요한 중증희귀난치병 환자 아들들은 군생활을 면제해 주거나 그게 어렵다면 면제는 아니더라도 공익 근무요원으로 복무를 하여 퇴근후 만이라도 가족을 간병하면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고3인 아들 녀석이 내게는 큰힘이 될 때가 많다.

간병하는 아내도 아들 녀석 때문에 든든 하다고 한다.

그러나 빠르면 2년후면 그도 군대를 가야 할것 이다.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으면 떠나는 녀석의 맘도 편치않을것이고 보내는 가족도 힘들어 짐은 물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하며 염려가 될것 같다.

 

간병인이 절실한  희귀난치병 환자들이 힘을 모아 이런 저런 방법을 꾸준히 정부에 권유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사정을  안다면 전혀 불가능 한거 같지는 않다 .

아니 당장은 아니더라도 좀더 빠른 시일내에 이루워 지지않을까.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는 말 처럼 가만히 있지말고 귀 기울여 들어 줄때까지 좀더 적극적으로 꾸준히 권의를 해봐야 하는건 아닐까?

댓글목록

손명성님의 댓글

손명성 작성일

많이 힘들지만 잘 참고 인내하다보면 루게릭을 극복할수 있는 기회는 언젠가 오겠지요!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간병이 힘들어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일이 많아졌지요.

일주일에 1회 목욕을 하다가 아들이 없어 외삼촌을 불러 1달반에 1회씩 목욕을 하다보니
환자의 피부가 말이 아닙니다.

가족의 부담을 사회에서 조금만 덜어줄 수 있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군대간 아들이 자주 휴가라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목욕이라도 자주 할 수 있게요.

아들이 휴가와서 목욕을 시키기도 합니다.

전혀 말도 못하고 글자판으로 얘기해야하고 사지도 못쓰는 환자의 아픔을 그 누가 알수 있겠어요. 저도 글자판으로 얘기하다 지칠때도 많습니다.

위글의 군대문제에 동조하며 한표 던집니다.

힘내시고 승리하세요

김영식님의 댓글

김영식 작성일

저 희가족도 요양병원을 생각했었는데 글을읽는것많으로도 
눈물이나네요 아들애가 군입대를 기다리는상황이어서
더더욱 슬퍼집니다 군대문제잘짚어주셨구요
저도 한표던질께요 다같이힘냅시다!!

김인준님의 댓글

김인준 작성일

요양병원..잘 짚어주셨습니다.
내 부모 내 식구가 아닌이상 얼마나 환자를 편하게 해 줄까요..
집에서 투병하고 간병하기 수월하도록 시스템이 바껴져야 겠지요..
아빠가 가신지 1년이 되어가지만 병원에 가기 싫다던 아빠 말이 자꾸 생각나는 글귀였습니다.
하루빨리 환자와 보호자가 좀 더 편히 투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있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