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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투병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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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09-09-07 02:27    조회 2,2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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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발병 5년차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온걸까?

어느때는 죽음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반대로 삶에 애착을 갖고 부여 잡기도 한다.

분노에 치를 떨며  감정을 억누루지 못해 울부 짖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사소한 일에 감동을 받아 행복에 겨워도 한다.

병이 진행되면서 육신이 갇혀 갈수록  시시때때로 이런 감정의 변화도 훨씬 잦아진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쉽게 흥분하거나 화를 내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한없이 고맙고 미안하면서도 행복해 하기도한다.

이러한 난 철두철미한 다중인격자다.

발병초부터 지금까지 참으로 많은 생각과 목표가 수없이 바뀌었다.

초창기엔 두자식이 초등학생인게 가장 걱정이 컸고 아버지의 책임을 더이상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큰아인 고교생이 되었고 작은 녀석도 초등 6학년이 되었다.

그렇게 내 근심,걱정,미안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고 있으며 내 뜻대로 자라지도 않고있었다.

또 병의 진행도 처음에는 2,3년내에 기관절개와 위루술을 하게 되거나 죽게 될거란 공포에 휩싸여 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손발은 묶여 있지만 아직까지 말하고 음식섭취 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어떠한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걱정하고 옥죄는등 그러한 생각들은 부질없고 쓸모없는 일이었단걸 차츰 깨닫고있다.

 

앞으로 내가 할수 있는일이 얼마만큼 남아 있을까? 

아니 할일이 있기나 할까 ?

혼자서는 별로 할수 있는게 없는데 무얼 할수 있을까?

그래도 아직은 말은 잘하니 있을지 모를 조그마한 거라도 찾아봐야겠다.

우선 아이들에게 해줄게 없단 자괴감을 가지기 보단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웃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자식들 뿐만 아니라 처와 부모 형제 친구들 나를 아는 모든이들에게 좌절하지 않고 씩씩한 모습만 보여주기 위하여 노력해야겠다.

한때 내가 죽고 나서도 날 기억해 주기 바라는 마음을 가진적이 있다.

그래서 나를 영원히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만들어 온갖 글들을 썼다.

특히 아이들에게 당부의 글들과 바램을 많이 썼지만 정작 그들은 관심이 없다.

그리고 여지껏 누군가가 내 마음과 생각을 알아주거나 동조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던것 같다.

그래서 카페등에 동정심을 유발 시키거나 때로는 굉장히 강한것 처럼 이야기를 했다.

또한 많은걸 아는것 처럼 글을 쓰며 잘난체도 했다.

그러한 것들이 내 욕심이고 이기적인 짓이었단걸 이제는 알것같다.

이제부터 거창하고 이루기 어려운 과대망상적인 생각은 접고살자

욕심을 내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는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서 만족을 찾자.

지금 내가 할수있는 가장 쉬운 일은 웃고 지내는 거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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