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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여행을 꿈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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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09-05-03 10:32    조회 2,1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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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다녀오면서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고 3학년 때 취직시험을 치기위해 서울도 처음 가볼 정도로 난 촌놈이었다.

신혼여행으로 제주도에 다녀오면서 비행기란것도 처음 타 봤고 그것이 그나마 마지막이었다.

사는게 녹녹치 않아 해외여행은 생각지도 못했고 나중에 60세쯤 되면 아내랑 한 달 가량  손수 운전 하면서 전국 곳곳을 여행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꿈도 내겐 너무 큰 욕심이었는지 덜컥 병이 찾아왔다.

그렇지만 여지껏  왜 하필 내게 이런 병이 왔을까 원망해 본적은 없다.

다만 한 십년후에나 찾아 왔음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다른건 몰라도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만이라도 아버지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노부모들도 아내에게도 많이 미안하지만 그래도 가장 눈에 밟히는건 아이들인걸 보면 내리 사랑이란게 이럴때 두고 하는말 같다.

그런데 요즈음은 침상에서 먹여주고 씻겨주며 밥을 먹여주고 용변까지 처리해 주는 아내를 보면서 그 고마움에 더 늦기 전에 뭔가를 해  줘야 겠단  생각이 든다.

그나마 지금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쉽진 않겠지만 추억을 만드는 것이고 그중 여행이 제격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나보다 여행을 다닌 적이 더 적다.

솔직히 같이 여행을 간다해도 아내에겐 더 고역일지도 모른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데 혼자서는 할 수 있는게 전무하다 시피한 나와의 동행이 오히려 심신을 더 피곤하게 할지도 모른다.

내게도 지금은 여행을 하는데 두려움이 앞선다.

엉덩이에 살아 많이 빠져서 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고 팔에 힘도 빠져 전동 휠체어 조작도 쉽지 않아 그냥 침대에 누워 있는게 오히려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든 불편한 것들이 나중에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될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무모하고 대책없이 일을 꾸미고있다.

아내에게 나의 계획을 말하는 순간 어떤 표정을 지을까?

기껏 생각한게 그거냐며 실망을 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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