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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과 강호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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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희 작성일 08-11-16 12:03    조회 2,1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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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TV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뉴스나 보고 가능하면 EBS 프로 하나를 보는 것이 고작이다.

내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하루를 이렇게 보낸다.

한시간 반은 왼쪽벽을 바라본다.

내 왼쪽벽에는 십자가가 걸려있고 그 밑으로는 달력과 손목시계, 그리고 게시판이 붙어있다. 게시판에는 그 때 그때마다 ALS에 올라온 글이나 시 또는 알고 싶어하는 정보들을 자식들이 프린터해서 뽑아논 글이 붙어있다.

한시간 반 후에는 천장을 한시간 동안 바라본다.

이때는 창문을 주로본다. 그리고 또 한시간 후에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그 때 비로소 TV가 보이고 사위가 그려준 50호짜리 그림과 오디오가 나타난다.

그러나 TV를 보기보다는 악보판대에 책을 올려놓고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음악 듣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씨가 다른 환자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하여 오늘은 내 하루의 일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추석 쯤이였다. 아들이 내 침대 밑에서 리모콘을 돌리고 있었다. 내 자세는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아들은 강호동씨가 나오는 프로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내 시선을 5분동안 끌었던 강호동씨의 연기는 이러했다.

코 끝에 강력 테이프를 붙이고 힘껏 당겨 이마에 가져다 붙이는 장면이었다.

한마디로 들창코 아니 더 나가서 돼지코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웃지도 않고 몇 차례 진지하게 행하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니 내 모습이 떠 올랐다.

내 코에는 실리콘 줄(L-TUBE) 이 끼어있다.

코에서 연결되어 식도를 지나 위장까지 연결된 이 줄은 나의 귀한 생명선이다.

문제는 이 실리콘 줄이 30Cm 코 밖으로 나와 코끼리 코도 아니고 아무튼 썩 멋진 모습은 아니다. 또한 이 줄을 고정시키기 위하여 콧등에는 반창고가 붙어있다.

또 다른 내 생명선은.

기도에 구멍을 뚫고 관을 박았다. 인공 호흡기계와 연결하는 두가닥의 두꺼운 호수(들숨과 날숨의 역할) 그 호수는 하나의 입구로 모아졌다.

내 목에 있는 관에 끼어진다.

대부분 우리 환자들은 위루술을 한다. 콧줄보다 편하기도 하고 품위 유지상 월등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위루술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 시도하고자 병원에 찾아가기도 했다.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갖춘 다시말해 위루술을 원하는 환자에게 한번도 못한적이 없다는 수술실로 나도 갔다.

그러나 10분만에 다시 나와야 했다. 그 이유는 턱관절 때문이였다.

나는 입을 못벌린다. 턱 관절이 굳어지기 때문이다.

이것도 ALS의 한 증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껏 어느 환우로부터도 턱관절이 마비되어 입을 못벌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4년전에는 밥숫가락이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3년전에는 차수저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입이 벌어졌다.

2년전에는 빨대가 들어갈 정도로만 입이 벌어졌다.

위루술을 하려면 내시경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내 입은 철통같이 굳게 닫혀 도저히 내시경이 들어갈 수 없는 상태였다.

이젠 실리콘 콧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30Cm가량 실리콘 줄이 코 밑에 달려있다.

물론 나는 이 줄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 줄을 통해서 영양식도 먹고 쥬스도 먹고 약도 먹는다.

그러나 내가 거울로 봤을 때 폼나지는 않는다.

그날 강호동씨의 돼지코 만들기를 보고 난뒤 내 모습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시선을 끌기위해 애쓰는 강호동씨

폼나지 않는 내 두 생명선이 조금도 쑥스럽지 않고 자랑스러웠다.

자랑스럽고 고마운 두 생명선 때문에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그리고 소망한다.

“납득할 수 없는 신의 사랑은 나를 향한 기대감을 갖고 계신다. 그리고 날마다 이해하도록 인도하신다.”

호흡기를 달고 있는 우리 환우님들.

조금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자랑스럽고 감사하며 삽시다.

14년차 루게릭 환자 이정희올림



위급상황시 호흡곤란 때 병원에선 내 앞니 하나를 뺏다.

그 구멍으로 셕션의 줄이 들어간다.

그러니 어느 것 하나 고맙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댓글목록

한광희님의 댓글

한광희 작성일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호흡기를 통해 숨을 쉬는 저희 남편을 보면서 저도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숨쉬는 것만도 얼마나 행복한가를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것이 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작은 행복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