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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복 회원, 간병비 관련... <한겨레 신문> 보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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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봉수 작성일 08-05-12 12:18    조회 2,4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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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 환자 ‘눈꺼풀’로 값진 승리
ㆍ 희귀병 환자 지원 축소 유예 /
ㆍ 같은 예산으로 지원대상만 늘려 '돌려막기 복지'
ㆍ 1분에 2~3자씩 쓴 민원 13차례…2년 유예 이끌어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5.11 21:51 | 최종수정 2008.05.12 00:31

<기사 본문>
하루 1만원. 이광복(59·경기 고양시)씨에게 이 돈은 '살아 숨쉴 권리'를 뜻한다. 전신마비 루게릭병 환자로 24시간 호흡기를 달고 살아가려면 월 30만원의 간병비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이 파괴되면서 온몸이 마비되는 병이다. 정신과 감각은 멀쩡한데, 몸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씨는 2002년 가을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고, 2년 뒤엔 홀로 숨도 쉴 수 없게 됐다. 지금은 눈꺼풀을 깜박여 '네' '아니오'만을 표현할 뿐이다. 1500여명의 루게릭병 환자가 있는데, 250여명은 이씨와 비슷한 중증이다.

이씨는 최근 세상과 싸워 값진 승리를 거머쥐었다. '중증 루게릭 환자의 소득과 재산을 따져 간병비 지원을 일부 중단한 것은 부당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의견 표명을 이끌어낸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태도를 굽혀, 간병비 중단을 올해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11일 "지난해 4월 이후 간병비가 끊긴 120여명에게 다음달부터 간병비를 다시 준다"며 "1년치 밀린 돈도 소급해 주겠다"고 밝혔다.

중증 루게릭 환자들은 1급 장애인으로 다달이 호흡기 사용료 80만원과 간병비 일부인 20만원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받았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난해 '희귀 난치병 의료비 지원 지침'을 개정해, 저소득층 간병비를 10만원 올려주는 대신 소득·재산이 일정 기준을 넘는 이들에겐 간병비를 끊었다. 예산은 늘리지 않으면서 지원하는 질환만 89종에서 98종으로 늘린 결과였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돌려막기 복지'를 한 셈이다.

이씨는 분노했다. 호흡기를 달면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한데, 월 150만원이 들었다. 거덜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런데도 기껏 월 100만원 남짓한 수입이 있고 수도권에 작은 아파트라도 있으면 간병비를 못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씨가 세상에 맞설 무기는 '눈꺼풀'뿐이었다. 무심한 세상에 한마디라도 외치려면 오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ㄱ ㄴ ㄷ ㄹ …' 자음을 차례대로 불러주면 원하는 대목에서 눈을 깜박였다. 'ㅏ ㅑ ㅓ ㅕ …' 모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1분에 두세 글자씩 써내려가는 방식으로 13차례 민원을 냈다.

이씨는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복지부가 "내년부터는 다시 소득·재산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희귀 난치병 지원 범위는 올해도 13종이 더 늘었지만, 예산은 16억원 줄어들었다.

이씨는 이날 눈꺼풀으로 써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현 정권은 경제 활성화에 도움되지 않는 복지 예산은 후순위로 밀어내는데, 중증 장애인을 짐으로 생각하고 빨리 죽도록 해 그 지원금으로 운하 건설에 투자하고 싶은 것이냐"고 물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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